‘질서가 먼저라는 거야? 아니면, 평등이 먼저라는 거야?’
어린 시절의 언제부터인가, 나는 꽤 오랫동안 질서와 평등 사이에서 적지 않게 갈등했습니다.
‘윗사람은 어떤 경우에나 나를 같은 인격체로서 존중해야하고, 아랫사람은 나에게 깍듯해야한다’ 등등.
왜냐하면, 사람들은 흔히 서열 등 질서를 말하다가도 불쑥 평등을 말했고, 평등을 말하다가도 불쑥 질서를 말했기 때문이었는데, 하지만 꽤 여러 날 동안 살펴보니 모두들 그저 무엇인가 필요에 따라서 그러는 듯싶어 결국 흐지부지 갈등을 끝내고 말았죠.
질서와 평등 중 어느 쪽이 더 우선하는지는 알아내지 못한 채.
그런데 나의 기원을 발견하고 나니 질서와 평등이 조금씩 정리되더군요.
‘자식은 부모를 결코 벗어날 수 없는 것은 물론, 부모와 결코 대등하게 될 수도 없듯이, 나 역시 기원을 벗어날 수도 없고, 기원과 대등하게 될 수도 없다. 그러니 나에게는 평등보다 기원과 나 사이에 명백히 존재하고 있는 질서가 먼저구나.’
그러고 나니 질서에 포함되어있는 순종에 대한 거부감이 조금씩 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질서가 계속해서 유지되려면 나는 반드시 늘 기원에게 순종해야하는구나. 내가 순종을 거부한다면 기원은 결국 강압적인 방법을 사용하여 질서를 유지하려고 노력할 수도 있겠지.’
더구나 기원은 나에게 자기 역할에만 충실하면 된다고 말하고 있었기에.
그러자 그동안 마냥 귀찮게만 여겨졌던, 또 하나의 나의 기원인 부모님의 잔소리 등 간섭도 점점 당연하게 생각되기 시작하더군요.
‘잔소리도 원래는 질서를 유지하려는 기원의 당연한 권리 중 하나였구나. 그렇다면 부모의 잔소리 역시 기본적으로 마찬가지이겠군.’
그러나 동시에 나와 내 부모는 모두 기원의 자손이었습니다.
즉, 나와 내 부모 사이에는 질서만 존재하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 평등도 함께 존재하고 있었죠.
‘부모와 자식은 단지 질서를 기준으로 따져야하는 사이가 아니라, 때로는 질서를 기준으로 이해해야하고, 때로는 평등을 기준으로 이해해야하는 등 질서와 평등을 함께 적용하여 각 경우에 맞게 이해해야하는구나’
생각이 이렇게 정리되자 뒤이어, 자식이 부모에게 무턱대고 순종하는 것은 오히려 질서를 해치는 지나친 순종일 수도 있겠다고 또 생각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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