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고등학생 시절 내내 미술부 활동을 했었습니다.

 

그림을 그린답시고 집에 늦게 들어가거나 종종 학교수업마저 빼먹고 미술대회에 나가는 등.

 

솔직하게 말한다면, 미술부 활동을 핑계로 공부는 않고 놀았던 것인데, 그래도 내 나름대로는 미대를 목표로 마음의 준비는 조금씩 계속해서 하고 있었죠.

 

앞으로 이렇게 준비하면 이 정도의 대학은 갈 수 있겠지

 

그런데 고등학교 2학년 겨울방학 때의 어느 날, 학교에서 보충수업을 마치고 집에 돌아온 나에게 어머니가 몹시 근심스러운 표정으로 나지막이 말씀하시더군요

.

, 미대에 못 보낸다.”

 

나중에 알고 보니, 당시 가정형편이 몹시 어려워져 그렇게 말씀하셨던 것인데, 꼭 미대에 가야겠다고 생각을 했던 적은 없었기에 그때는 영문도 모른 채 너무나도 쉽게 알았어요.” 대답하고 말았습니다.

 

마치, 이제까지 미대에 가겠다는 생각을 전혀 한 적이 없다는 듯이.

 

하지만 방에 들어가 눕는 순간, 갑자기 무엇인가 막막해지더군요.

 

그럼 나는 앞으로 무엇을 하면서 살지?’

 

마치, 짙은 안개 속에 버려진 듯싶었고, 그 뒤부터는 의사들도 알 수 없는 이유로 자꾸 속이 아프기 시작했습니다.

 

오죽하면 밥도 제대로 못 먹을 정도로.

 

그렇다보니 더 이상의 생각은 할 수 없었는데, 고등학교 3학년이 된 뒤에도 속이 계속해서 아팠던 까닭에 한동안 이 병원, 저 병원을 들락거리느라고 자주 조퇴를 하는 등 학교생활에 몹시 소홀했었죠.

 

애들은 다 공부하는데, 나만 이러고 돌아다니다니

 

그래도 그때는 그것이 차라리 좋았습니다.

 

미대라는 아주 희미한 목표조차 잃어버린 나에게는 굳이 공부를 해야 할 이유가 없었으니까요.

 

그렇게 이유도 없이 아픈 내 자신에게 점점 익숙해질 무렵.

 

다시 시간이 있을 때마다 잠깐씩 무엇을 하면서 살지 생각하기 시작했는데, 며칠 뒤 문득 시를 쓴답시고 끙끙대던 중학생 때의 내 모습이 떠오르더군요

.

그러다가 문득 그때 썼던 시 중 한 편이 당시 국어선생님의 추천으로 한 신문에 실렸던 것도 기억이 났습니다.

 

그래, 나는 글 쓰는 재주도 조금 있었지! 그럼 글쟁이가 되면 되겠구나!’

(https://cafe.naver.com/spiritualleader/188)

'자기공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자신을 찾던 사람들  (0) 2018.10.13
자기 공부를 시작하다  (0) 2018.10.13
정신문제 이야기  (0) 2018.10.12
귀신 들린 사람들  (0) 2018.10.11
글쟁이가 되기 위해  (0) 2018.10.08
블로그 이미지

푯말

푯말학당에서 운영하는 자기 공부를 하는 사람들을 위한 블로그입니다.

,